2019년 12월에 작성한 소소한 이야기 - 크리스마스 카드

2021. 3. 8. 11:17송국이 하는 일/월간 송국레터

나에게 12월은 그다지 의미 있는 기억이 없다. 개중에 연말은 분위기가 좋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글쎄. 딱히 감흥 없다. 그냥 여러 달 중에 한 달인 뿐이다.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 하느라 바쁘게 다니고 지인들을 만나는 듯하다.

사실 다시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떄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선물하곤 했다. 그러고 보면 12월의 추억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연말이 별 의미가 없다는 이유는, 벌써 케케묵은 추억이기도 하고,  카드를 주었을 때마다 답장을 해 준 친구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10대의 마지막에 송국 문을 두드렸다. 우여곡절 끝에 송국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들이 불편한 나에게 공동체 생활이라니, 적응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처음 안내를 받아 시작한 부서경험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러나 어릴 적 수다쟁이였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적응하기 어려웠고, 회원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눈치가 보였다. 주변사람들에게 말 붙이기 어려워 혼자 전전긍긍했다. 어쩌면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려는 핑계를 스스로 만들었던 것 같다. 내년이면 21살이니까 만 나이도 성인이 된다.  그래서인지  송국에서 지냈던 일들이 생각난다.

부서 회원들과 업무를 했는데, 클럽하우스의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여전히 공동체 활동이 어색하고 얼떨떨하지만 이곳에서는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이 참 좋다. 얼마 전엔 연하장을 만들고 담당직원인 한지연과장님과 한 해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점검하고 신년 계획도 세웠다.

사실 12월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꽁꽁 싸매고 다니면 통통한 편인 나의 모습을 보완해 주기도 하고, 아토피가 있는 피부에 건조한건 해롭다지만, 찬바람이 통풍은 더 잘 되는 기분이다.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이정도만 해야겠다. 

송국을 만나고 주변에 사람이 생겼다.  매일 갈 곳도 생겼다. 송국의 회원과 직원들과 잘 지냈던 것 같다. 자그마치 1시간 거리를 오가지만 점점 더 예전의 수다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혼자 속으로 우는 날도 있다.

그래도 작년에는 고독한 찬바람이었는데, 올해는 유독시원한 걸 보니, 나의 마음이 조금은 자랐나보다. 해운대 거리를 걸어가는 어느 저녁, 트리가 유난히 예뻐 보인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쓸 생각은 없지만, 2020년에는 한 번 써 볼까 싶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