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에서 임상심리파견수련을 마치며...
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부터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근무 중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생 박상진입니다.
송국클럽하우스에서 약 한 달간의 파견 수련을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송국에 계신 회원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며 이 글로나마 대신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저와 송국의 인연은 지난 겨울의 기운이 물러가고 새로운 계절의 따스한 온기가 막 피어나는 3월 25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빠르게 파견 수련이 결정되다 보니 송국클럽하우스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 채, 해운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송국에서의 첫 날은 마치 어제 일어난 일과 같이 생생한데, 그날 하루는 당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제일 당황스러웠던 것은 누가 직원이고 회원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접견실에서 송국에 대해서 소개해주던 서홍석씨, 기관 라운딩을 해주고 부서장 업무를 하는 김인철씨 등 모두가 직원처럼 느껴졌습니다. 이후에 회원들이 직원과 마찬가지로 송국이라는 공동체 운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주체라는 것이 클럽하우스의 지향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러한 혼란이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송국클럽하우스에서 파견 수련을 받는 동안 좋았던 것은 병원에서 접하기 어려운 모습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흔히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집단 프로그램은 치료자와 환자의 위계가 구분된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송국클럽하우스에서는 회원분들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회복과 성장의 주체가 누구인지 새삼 깨닫게 했으며, 진정으로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송국클럽하우스에 와서 배운 것은 일이 가지는 힘이었습니다. 파견 수련 동안 회원분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럿 있었는데, 그때마다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송국 또는 직장에 나와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의미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송국클럽하우스가 가지는 진정한 힘은 회원들이 가진 어려움에 주복하지 않고, 그들의 강점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일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심리사는 직무 특성상 찾아오시는 분들의 심리적 어려움에 주로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들이 가지는 강점을 찾는 일이 뒷전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송국에서의 경험들은 찾아오시는 분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 뿐만 아니라 회복과 성장을 위한 동력을 찾기 위해 강점 또한 비중있게 다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상심리사라는 역할과 별개로 송국에 와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송국에 계신 분들이 가지는 긍정적인 에너지였습니다. 파견 수련 중 하루는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좋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송국에 와서 마음이 편안해져서 돌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기분이 나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나갈 때마다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해주시는 회원분도 계셨고, 직원 또는 회원분들이 농담을 주고 받는 걸 보는 것도 재밌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회원을 걱정하는 다른 회원분들의 모습 등 송국에 계신 분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저를 가만히 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글을 적다보니 송국에 와서 많은 도움을 드리기보단 저만 많이 받아간 것 같아 괜시리 부끄러워집니다. 병원에 돌아가서도 송국이 많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저는 송국에 없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항상 송국을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