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에 기록한 코로나와 "나의 하루"

2021. 3. 18. 15:20카테고리 없음

 새해부터 터져버린 코로나19로 나의 하루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외출도 못하고 늘집에서 라디오와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만남과 이별도 경험했다. 이른 새벽2시가 되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샤워를 하고,라디오도 켜고,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기초생활수급자 딱지를 떼려고 자격증을 공부하다 누님들의 반대로 결국은 집게 되었다. 몸무게가 3~4kg이나 빠져 있었다. 가끔 다른 회원들이 집에 오곤 한다. 집을 방문하는 날이면, 식사를 하고 음료를 마시고, 즐거운 시간들을 가진다.홀로는 외로워 여자친구도 만나봤지만 부질없는 짓인 줄 뒤늦게야 깨달았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공부에 손을 놓는 순간부터 이별했다. 한 사람을 책임질 수 없기에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하루 10시간을 공부하며 미래도 설계했지만 건강이 허락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날이 많았다. 큰 누님이 아침마다 비트와 콩을 갈아주신다. 작은 누님도 전라도 정읍에서 김과 찹쌀, 쌀 등을 부쳐주신다. 건강은 최상인 것 같다 요즘은.

 먼저 마음의 문을 열면 상대방도 스스럼없이 닫혔던 문이 저절로 열린다. 집도 서로 방문하고 음식도 나눠먹으며 자기 안의 심정들을 하나씩, 둘 씩 꺼집어낸다. 코로나가 1단계로 풀리면서 그 동안 접었던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참석도 하며, 인근의 복지관에도 다시 나가게 되었다. 고독사 방지를 위한 모임이다. 거기서도 회원들을 만나며 한달에 세 번씩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기초수급을 받으며 조금씩 저축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사 먹는다. 이번 겨울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내장산으로 기차를 타고. 니의 바람이 현실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새벽녁의 시간들은 앞으로 주어진 시간들에 내가 남기고 갈 것이 무엇인가를 만들게 한다. 달랑 시집 한 권 남기고 막숨을 몰아쉬고 싶지는 않다. 결코 많이 남지 않은 시간들이다. 다시 야학에 서고 싶다.

 17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지만 내 남은 생들은 남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조금 기다리라고 하시는 국어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송국클럽하우스에 나오시는 많은 회원분들도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숨을 쉬게 되었으면 하고 기도드린다. 여기 저기서 이미 자기일들을 하며 지낸다.

 아침녘 떠오르는 해를 바라며 모두 두 손을 모두기를 바란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 계절이 지나면 맘껏 꿈을 펼 수 있는 봄이 올 것이다. 저마다에 가슴에다 그리···.

 2020. 10.23. 이명재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