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정신장애인, 아직 끝나지 않은 마녀사냥

2013. 4. 16. 11:29지역사회네트워크/언론보도

 원문 : http://geodaran.tistory.com/882

 

송국클럽하우스가 '정신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란 얘길 들었을 때 영화 마라톤의 배형진군을 떠올렸다. 지능장애를 겪는 사람들 모습도 생각났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분들을 가까이서 만나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들과 만남의 방법을 나는 잘 모른다. 송국클럽하우스 문 앞에 서자 정신장애인들을 어떻게 마주쳐야하나 하는 걱정에 긴장이 약간 되었다.

그러나 문을 열자 드러난 모습은 내 예상과 달랐다. 어느 단체의 강좌교실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이 공간을 침범한 나를 슬쩍 쳐다보는 그들의 반응도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누가 직원이고 누가 회원(정신장애인)인지 잘 구분되지 않았다. 혹시 이들 가족분들인가?

 

일단 사진 한장 찍어두려고 사진기를 들었다. 그러자 직원 한분이 대신 찍어주겠다고 했다.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들이 계십니다. 민감한 문제라…. 제가 대신 찍어드릴께요. 각도를 잘 잡아서…"

이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낮선 사람이 사진 찍으면 민감하다. 그래서 나도 좀 머뭇거렸었는데. 어쨌든 앉아 계신 분들이 정신장애인임을 확인했다.

잠시 뒤 송국클럽하우스 유숙소장을 만났다. 밝은 얼굴에 시원한 목소리였다. 이곳과 전혀 정신장애인 같지 않아보이는 이곳의 '정신장애인'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았다.

“송국클럽하우스는 정신장애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성공적인 사회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은 주로  남자들은 10대 후반, 여자들은 20대 초반에 발병하는 특성을 지닌니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정신병이 특정 시기에 발병한다는 건 처음 듣는 말이다. 정신장애인이 특정 정신질병을 앓는 사람을 말하는 거냐 물으니 유숙소장이 송국클럽하우스의 활동보고서를 보여준다. 보고서를 보니 대부분의 환자가 정신분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몸이 아픈것은 신체질환, 정신이 아프면 정신질환이라고 합니다. 몸이 아파 병원에 방문해서 치료받고 약을 먹는 것과 회원들이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는 것이 다르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 있으며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송국클럽하우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송국클럽 취재를 끝나고 찾아간 동의과학대 김경미교수가 이 부분을 좀 더 설명해주었다. 정신장애인은 정신분열병, 분열형 정동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반복성 우울장애, 이 4가지의 지속적 정신장애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이 중 송국클럽하우스와 같은 사회복귀시설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정신분열병의 진단을 받고 있다. 대체로 정신분열병은 발병 인구의 2/3정도가 만성화 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데, 다소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므로 사회에서의 적응과 통합을 위한 사회재활훈련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송국클럽하우스 문 앞에서 내가 예상했던 것과 클럽 안에 있던 이들의 장애에 대한 구분도 있어야 할 것 같다. 배형진군 같은 자폐증은 '발달 장애'라고 하고 지능이 낮은 지능장애는 '정신지체장애'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구별하지 않고 생각했던 지적장애인들은 정신장애, 정신지체장애, 발달장애 3가지로 분류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법에서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 병을 도파민항진증이라고 불러요.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어 뇌를 자극해서 일반인은 듣고 보지 못하는 걸 듣고 보게 됩니다. 환청이나 환각 같은 양성증상은 약물치료하면 2주만에 없어져요. 그러나 눈마주치기나 대화를 잘 못하는 등의 음성증상은 남아 있습니다."

당뇨병을 앓는 사람에게 정신이 약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심장질환자에게 마음 굳게 먹으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도파민항진증도 마찬가지로 정신을 가다듬는다고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도파민 과다분비를 막는 약물을 정신력이 생산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유숙소장의 말은 이러한 장애를 인간의 심성이나 능력의 문제와 연결지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대구지하철 사건 있죠. 그거 정신질환자 소행으로 알려져있는데 아닙니다. 아니예요. 언론들 정신질환자 소행이라고 여러차례 방송 후 정신질환자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정정보도를 몇차례 하지 않았습니다. 그거 보고 기억하는 사람 얼마나 되겠어요? 그 분은 몸이 불편한 것이지 정신질환자가 아닙니다."

대구지하철 사건을 얘기하면서 유숙소장의 톤이 높아졌다. 그럴만하다. 대구지하철 방화범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었을 뿐이었다. 뇌병변장애는 정신질환이 아니다. 한국언론이 그것도 구분하지 않고 막 써댄 것이다.

"정신과 진료 받으면 보험가입 안되는 거 아세요? 저도 잠이 안오면 약 먹는데 거기서 받아오는 약 내과에서 받는 수면제랑 똑같아요. 그런데 내과에서 받으면 괜찮고 정신과에서 받으면 보험가입이 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인권위에서 권고사항으로 내리기도 했는데 국내보험사는 아직 보험가입 안됩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의 편견에 피해 받는 건 이들만이 아니었다. 우리 스스로 그 편견의 피해자였다.

"정신장애인은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행동은 하는 경우가 있으나 위험한 행동은 아닙니다. 더욱더 지능의 문제도 아닙니다. 우리 회원 중에 대학원 나온 분도 계세요. 자 보세요 이분들 이렇게 다가와서 대화를 나누세요. 일반인에겐 좀 이상하죠. 이건 커뮤니케이션에 서툰 것일 뿐입니다."

갑자기 정신장애인의 대화 방식을 흉내를 낸다며 유숙소장이 30센티 정도 거리로 얼굴을 불쑥 내밀어서 순간 놀랬다. 이분 연기자 되었다면 참 잘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지역주민들이 시설에 대해 항의한 적은 없었습니까?"

"이 동네는 괜찮습니다. 우리 회원이 공공장소에 맞지않는 행동을 한 적 있는데 그때 별 말씀 없이 데려가라는 연락만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선 상황이 다릅니다. 지자체장도 시설 때문에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을 원치않는 것이죠."

송국클럽하우스는 회원을 대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물었다. 

"이분들 대부분 10대에서 20대 초에 발병해 10년 넘게 정신병원 입퇴원 하면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단절이 사회적 기능을 손상시켜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관계 맺는 걸 어렵게 합니다. 우리 회원들은 9시 출근해서 4시 퇴근합니다. 일반인과 똑같은 패턴의 생활을 하면서 적응하려는 겁니다. 직장인들 야유회 가고 등산 가는 거 있죠. 우리도 그와 똑같이 합니다."

송국클럽하우스는 일중심의 일과를 강조한다. 회원들은 직원과 함께 후원홍보부, 교육행정부, 식품부, 취업부 중 하나에 소속되어 클럽하우스의 운영에 참여한다고 한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구별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송국클럽하우스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취업이다. 취업은 사회복귀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병원식당 등과 같은 임시취업장에서 몇달간의 자신감과 기술을 쌓은 후 독립취업을 하게 된다. 임시취업 때 회원이 출근하지 못하면 직원이 대신 나가 일을 해주기도 한다. 회사와 송국클럽하우스가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임시취업장 개발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예전엔 정부에서 중증장애인의 임금을 100%에서 125% 지원했는데 2년 전부터 그 지원이 일괄적으로 30만원으로 정해져버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송국클럽하우스를 통해 취업했던 4명이 임시취업장에서 해고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래는 정신장애인이 임시취업 후 쓴 취업수기이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글에서 일반인과의 차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주방업무를 보조하였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모두 아주머니이었고, 나에게 잘해주셔서 일하는데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직장동료와 상사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내 고집대로 하다보니 동료 간의 갈등이 생기고, 많이 지쳐있었고, 특히 오전업무와 오후업무 사이의 2시간 휴식시간 동안 무료함과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음악도 들어보고, 잠도 청해보고, 컴퓨터도 새로 사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해봤지만 많이 힘들었습니다.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 나만의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내느냐하는 나만의 여가선용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취업수기. 2007년 4월 송국클럽하우스 멤버로 활동중인 분 임시취업을 3개월 꾸준히 유지함)

 

부산시와 정부에서 시설로 1인당 1년 동안 지원하는 돈은 관리운영비와 프로그램비 합해서 현재 62만7천원이다. 월 평균 5만원 수준이다. 이들은 십수년 격리 수용되는 동안 여행이나 각종 문화생활을 거의 경험해보지 못했다. 유숙소장은 회원들에게 이런 경험은 중요한데 지금의 운영비론 힘들다고 한다.

유숙소장은 이런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에 후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과 달라서 사람들에게 정신장애인에 대한 후원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대구지하철 사건 이후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유숙소장에게 정신장애인에 대한 후원이 왜 필요하냐며 공격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분들 평균 입원회수가 10번입니다. 한번 입원하면 석달에서 여섯달이죠. 여기 오시는 분들 이렇게 10년 20년 병원을 오가다가 오신 분들입니다. 한창 사회활동을 할 나이에 아무런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한 겁니다. 가난합니다. 10년 넘게 병원비 써보세요. 가족도 가난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유숙소장에겐 요즘 심각한 고민이 있다.
 
"이 동네가 곧 재개발 들어갑니다. 우리 송국클럽하우스도 이사해야 합니다. 이미 건물은 계약했고 들어갈 건물 주인도 송국클럽하우스를 방문하고 우리 시설을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이사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시설공사를 하는데 견적을 뽑아보니 1500만원선입니다. 자재값 원가로 하고 인건비만 올렸다는데 그렇습니다. 동의과학대에서 바자회 수익을 기부하고 주변의 지인들로 부터 10만원씩 받고 저의 힘도 보태는데 공사금액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재 송국클럽하우스는 개인시설로 등록되어 있다. 유숙소장은 이사를 끝내면 송국클럽하우스를 위해 힘써줄 사회복지법인을 찾아볼 것이라고 한다. 법인의 지원을 받으면 운영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면서 경제적 고충이 적잖았던 것 같다.

 

회원들과 함께 만든 비누다. 아름다운 가게 명륜역점(부산지하철)과 협력하여 판매하고 있다. 폐유로 만드는데 최근엔 유가폭등으로 폐유까지 귀해지면서 예전엔 무료로 제공받던 폐유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선진국은 정신장애인 정책이 어떤지 물었다.

"호주에는 폐쇄병동이 없습니다. 지난 21년 동안(1984년-2005년) 우리나라의 인구는 1984년 대비 120%로 증가하였으나 전체 정신보건시설의 정신병상수는 1984년 14,456개에서 2005년 73,015개로 무려 505%로 증가했다. 선진국은 우리같은 격리와 수용이 아니라 지역사회 정착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선진국은 대형 정신병원을 두지 않고 종합병원에서 정신과진료를 함께 한다고 한다. 정신병을 특별한 질병으로 다루지 않고 진료받고 치료받는 일반적 질병으로 보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에 정신보건전달체계가 잘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일반인과 비교하면 훨씬 낮다.2001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일반인의 절반이 안되었다. 그리고 정신장애인은 범죄를 계획을 할 수 없어 치밀한 연쇄범죄도 불가능하다. 범행 후 그 자리에 있다 잡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거율도 높아 그만큼 범죄율도 높게 나온다고 한다.(세계일보 [정신장애인 인권 리포트] '잠재적 범죄자' 선입견, 엽기 사건 때마다 지목)


유영철같은 연쇄살인범은 정신장애가 아닌 인격장애

200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경우 정신장애가 아니라 인격장애이다.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남에게 폐가 되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인격장애라고 하는데 이러한 인격장애는 정신장애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는다. 인격장애는 청소년 혹은 그 이전에 나타나,
대부분 성인기에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인경장애는 현상학적 유사성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집단으로 나누는데, A집단은 이상야릇하고, 엉뚱하며, 냉담한 성향을 보이고,
B집단은 극적이고 감정적이며,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범죄와의 연관성이 높은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여기에 속한다. C집단은 불안의 정도가 높고, 두려움이 존재한다. (동의과학대 김겸미교수 설명 참고)



송국클럽하우스의 회원들은 일반인들을 알기위해 매일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렇게 노력하지만 그들이 일반인을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비하면 아주 쉽게 그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알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정신장애를 잘 몰랐던 옛날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을 마녀사냥의 희생물로 삼았다. 서구 중세시대 마녀사냥 희생자의 50%가 정신장애인이라고 한다. 지금도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뉴스가 흔히 나오는 세상이다. 어쩌면 그 마녀사냥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런지 모른다.

아래는 신경정신학회에서 만든 정신장애에 대한 10가지 편견 바꾸기이다. 잠시만 시간 내서 정신장애를 공부해보자.


정신장애에 대한 10가지 편견 바꾸기

1. 치료받고 있는 사람은 온순하고 위험하지 않습니다.

2. 급성기가 지나면 시설 밖에서의 재활치료가 바람직합니다.

3. 약물치료만으로도 호전되고 치료재활 기술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4. 정신질환도 심장병·고혈압처럼 유전경향성이 있는 것이지 반드시 유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5. 정신질환은 평생동안 10명 중 3명은 걸리는 흔한 병입니다.

6. 증상이 심할 때만 잠시 부적절한 행동을 할 뿐, 평상 시에는 일반인과 동일합니다.

7. 만날 친구가 없어서 혼자 지내지 실제는 사귀길 원합니다.

8. 직업기능이 상실되어서가 아니라,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9.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만을 제외하면 운전·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10. 정신질환이 지능과 능력을 떨어뜨리지는 않습니다.

출처 : 신경정신학회



* 정신장애인 복귀시설 송국클럽하우스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연락처와 정보를 참고하세요.

전화 : 051-747-0578
이메일 : songguk@korea.com
홈페이지 : http://town.cyworld.com/songg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