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송국의 소소일기-나를 만나는 시간

2021. 4. 8. 15:06송국이 하는 일/월간 송국레터

나를 만나는 시간 부산에서 시작해 함경남도 온성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눈길 닿는 곳마다 푸른 바다를 끼고 걸을수 있는 블루로드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이다. 부산에 갈매길이 있다면 경북 영덕에는 블로로드가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강구항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푸른대게길'을 좋아한다. 영덕의 가장 남쪽인 대게누리공원에서 강구항,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이길은 동해의 희망찬 기운을 가슴에 품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우리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든 직원들이 가정방문과 취업장방문을 다닌다고 분주할 때 송국에서 예방적 주간재활로 출근한 회원들과 하루일과를 보내고 행정적인 지원을 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함께일하던 2명의직원이 퇴사를 하고 신입직원들과 손발을 맞추는 것이 코로나 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았다.  더욱이 회계. 경리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익숙하지 않은 숫자와 씨름을 하느라 야근이 많아졌다. 스트레스로 살이찌니 몸은 무거웠고 가슴속에 짜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심리적으로 여유를 잃어버리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되었다 송국을 찾아오는 회원들을 만날때 내마음이 예건과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아차, 싶었다. 잠시 멈추어야 할 때였던것이다.

남은 휴가를 처리하라는 소장님의 독촉?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간 곳이 블루로드였다. 인적이 드문 확 트인 겨울 바다를 본순간 무거웠던 머리와 가슴이 뻥뚫리는 것 같았다. 코 끝이 징할 정도로 차가운 겨울바람속에 짜릿하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는 내 몸 구석구석 세포를 깨워 주는 것 같았다. 잠시 핸드폰을 끄고 영덕 블루로드를 걷는 것만으로도힐링이 되었다.이왕 나선김에 이번에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km해파랑길을 가 보기로 했다.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의 쪽빛바다를 따라 영덕, 울진, 동해, 삼척을 지나 속초에 이르렀다. 남쪽에서 멀어질수록 바다의 색깔도 투명한 비취색에서 검푸른 색으로 깊어졌다. 코로나19 방역단계에 따라 현장에서는 준비할 시간 업시 바로 대응방법을 찾아야 했다. 소국 이용회원이 확진자와 ㄷㅇ선이 겹치는 일이 발생한일도 있었고, 최근에는 주 1회 사회 복지 시설 종사자 전수 조사를 받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회원과 직우ㅗㄴ의 안전을지켜야한다는 과중한 부담감이 나를 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렷다. 많은 생각을 드넓게 펼쳐진 푸른바다에 잠시 내려 놓으니 비로소 온전히 내면의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이튿날은 고성을 더나 7번 국도의 최남단 통일전망대까지 올라갔다. 멀리서 보이는 금강산과 해금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통일이 된다면 유숙소장님은 북한에 모란봉 크럽하우스를 만들어 정신장애인들과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저 넘어  손을 뻗으면 닿을듯 한 곳 북녘땅 그때가 언제가 될지 는 모르지만 남과 북이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도 통일한국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의 끝이 곧 다가오지 않을까? 그때까지 현장에서 정신장애인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야한다면 온전히 내면의 나를 만나는 시간을 통해 나의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외부활동이 쉽지 않은 지금이 나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시간이라고 작은 위안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