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의 소소한 이야기 - 새마음 새뜻

2021. 12. 10. 11:20송국이 하는 일/평생교육,취미,여가 지원

지난달 한 동 건너 이사를 갔다. 이삿짐을 챙겼다. 짐이 식구들 누구보다 더 많았다. 30년 세월 견딘 집을 비우니

옛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갔다. 재송동에서 30년. 참 추억이 많이 묻은 동네다. 40년 세

월에 30년을 살았으니 거의 토박이인 셈이다. ㅍ고바위 언덕길에 아파트에 살았다. 덕분에 뒷산 넘어 학교 다녔다.

같은 단지 앞에 친구들과 다방구 놀이도 했다. 해 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이웃 사는 주민들도 내 얼굴을 다 안다.

오며가며 인사하고, 경비실 근무하는 아저씨께 추운데 고생하신다며 커피를 건네곤 했다. 잘 마시겠다며 환한

웃음을 짓던 아저씨 얼굴이 떠오른다. 사실 좋았던 기억만 있는건 아니다. 20대 시절 친구들과

잘 지내고 한창 일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물여섯즈음 만나던 연인과 결별하고 많이 지쳤다. 마음을 너무 많이

쏟은 탓이다. 그래서 였을까. 아프기 시작했던 것도 그해의 일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4층. 젊던 아버지는 퇴근길 계단을 힘겹게 올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차가운 계단 만

큼이나 무릎이 시린가보다. 장바구니 가득 반찬거리 들고 먼발치서 오던 언덕길의 젊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으로 이사왔다. 24층이다.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솔직히 좀 지겹긴 하다.

대신 부모님이 계단을 더 이상 이겨내지 않아도 되니 아무렴 어때. 나도 편해서 좋다

이사는 새 마음, 새 뜻을 갖게 한다. 30년 살이 추억과 아팠던 기억들이 아쉬우면서도 시원했다. 직장도 다시 얻고

경제 활동 해야지, 노후대비도 해야지, 송국도 가야지, 올해는 더 바쁘게 살아야겠다. 대신 정리하지 않은게 있다면

용돈을 모으던 통장. 꾸준히 모아서 부모님 용돈을 드릴 생각이다. 부모님도 새 집에서 더 건강했으면 좋겠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지 말아야 할텐데.....;'

 

글 : 정정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