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2. 14:31ㆍ송국이 하는 일/송터뷰
글 : 하창완 강사
우리 정신장애인은 대부분 청소년 혹은 청년 초기에 발병해서 상당한 시간을 투병에 집중하다 보니, 생애주기별로 경험해야 하는 다양한 인생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장기 질병을 앓는 이들이 누구나 경험하듯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자기중심성이 강화되고 타인에 대한 배려나 매너 있는 행동이 약화 되기 쉬운 게 현실입니다. 우리에게는 사회적 인격의 성숙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 사회적 인격의 성숙은 사람들과 뒤섞여 살면서 부대껴가면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 정신장애인들은 발병 이후에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기회의 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운동이 많이 필요합니다. 사회 속으로 뛰어들기 위한 준비운동, 훈련 과정이 바로 인생 학교입니다.
인생 학교는 두 반이 있습니다. 한 반은 그동안 동료지원가 훈련 등으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사람들이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 어울려도 크게 무리가 없을 만큼 자신감과 상대에 대한 매너를 훈련합니다. 또 다른 한 반은 자신에 대한 병식이 이제 막 생겨나거나, 동료 정신장애인들과의 공동생활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생을 객관화하고, 가장 안전한 사회인 정신장애인 공동체 안에서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대화해 나가는 훈련을 합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인생 학교는 이제 두 반 모두 11번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네 번 수업하면 한 학기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후에 방학 특강으로 송국 회원 모두에게 인생 학교는 오픈됩니다.
8회가 수업 후 중간고사를 치렀습니다. 중간고사는 그동안 우리가 어디를 향해 달려왔는지를 제대로 드러내는 시간이었죠. 첫 번째 그룹의 과제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짧게 시연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연하는 중에 그것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자신의 현재를 즐기려면, 장애에 대한 주눅듬이나 비하, 혹은 의기소침을 넘어서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내면에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험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편, 또 다른 반은 장애로 인해 겪고 있는 자신의 고생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 함께 나누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사실 이 과제는 이곳이 안전한 공동체임을 내면에서 확신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병식이 분명해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험 결과는 어땠을까요? 참가자들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예를 들어주신 것 같이 중압감을 벗고 노래 그 자체에 흠뻑 빠져보기도 싶은 순간입니다. 노래방에 가서 힘껏 지르고 싶은 시간이군요.”
“뭐든지 즐기면서 해야 한다는 게 오히려 저에게는 어려움보다 마음의 편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 그거야!! 하는 필이 왔습니다. 자유로운 마음 그것이 중요한 걸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잘면서 저는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늘 심각하고 절실하게 살았습니다. 이제는 삶과 일 그리고 휴식을 즐기고 싶어지는 나날들입니다.”
“동료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의 영혼마저 치유되는 것 같은 강렬한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듯하지만 하나의 연결 고리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어떤 깨달음의 장이 열리는 것 같았다. 다시는 같은 패턴의 아픔에 쓰러지지 않겠다고 나 자신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경험을 나 혼자 갖고 있을 때는 난 남들과는 다르다 생각하거나 증상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더 깊이 빠져들기 쉬웠는데, 여러 회원분들과 공유하니 증상이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았고 의미나 심각성을 부여하지 않고 훌훌 털어버리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인생 학교는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즐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그날까지 이어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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