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클럽하우스에서 본 가능성

2025. 6. 24. 14:21송국이 하는 일/송터뷰

 안녕하세요.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 중인 김희은입니다.

 처음 송국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의 어색함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이곳으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집니다. 약 한 달 남짓의 시간 동안 저는 송국에서 소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련 첫 주, ‘산탄소년단’ 이라는 등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회원분들과 함께 지리산 바래봉을 다녀왔습니다. 비 오는 궂은 날씨 속 쉽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단 한 분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오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날을 계기로 회원분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초반의 긴장감도 금세 누그러졌습니다. 특히 산행 중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신 한 회원분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분의 첫인상은 조용히 자기 일에 충실하시고 저에게도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이셔서 송국에서는 주로 업무적인 대화만 나누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래봉 산행 중 우연히 단둘이 걷게 되었고, 무슨 말을 꺼낼까 고민하던 순간 그분이 먼저 “선생님은 어느 대학교 나오셨어요?” 하고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가 제게는 참 따뜻하고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분의 삶에 대한 진중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송국으로 돌아와 보니, 그분은 평소 말수가 많지는 않지만 동료 회원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깊은 조언을 전하는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알게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고, 이후로는 회원분들을 더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초반에 소통이 어려워 보여도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덕분에 송국 내에서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큰 용기와 배움을 안겨주신 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송국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각자의 매력과  재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려 웹툰이나 이모티콘을 제작하시는 분, 프로그래밍에 능해 출근부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만드는 분, 유튜브 촬영과 편집을 능숙하게 해내는 분, 유머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송국의 분위기를 환하게 밝혀주는 분, 신나는 노래와 기타 연주로 활기를 불어넣는 분, 외부 강연과 상담을 통해 동료 회원분들과 지역사회를 든든히 지원하는 동료지원가분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송국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라는 점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외모 변화에 따뜻한 관심을 건네고 오랜만에 만난 회원을 반갑게 맞이하며, 소소한 간식들을 나누는 일상 속에서 마음을 전하고 서로의 취향과 특성을 기억하며 배려하는 모습 속에서 따뜻하고 단단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 안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요리를 준비했던 날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4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걱정도 많았지만 회원분들께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대접받는 기분이었어요.” “닭가슴살이 어떻게 그렇게 환골탈태했어요?” “저 원래 음식 먹고 맛있다는 말 잘 안 하는데 이건 진짜 맛있었어요.” 와 같은 말씀을 해주셔서 얼마나 큰 위로와 기쁨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송국의 회원분들은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삶을 만들어가고 사랑을 나누는 주체자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의 힘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송국 소장님과 직원분들의 세심한 노력과 열정 덕분임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클럽하우스 모델 안에서 회원과 직원이 동등한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모든 의사결정을 공유하며 회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병원과 송국은 환경과 역할이 다르지만, 저는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분들이 지역사회로 나아갈 때 송국과 같은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임상심리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병원이라는 치료적 공간에서 회복의 토대를 마련하고 그 회복이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잇는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병원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며 ‘이분들이 퇴원 후에는 어떤 삶을 살아가실까?’ 라는 고민을 늘 안고 있었는데, 송국에서 활기차고 주체적으로 살아가시는 회원분들을 보며 저 역시 그 가능성을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송국의 한 회원분께서 제게 해주신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병원에서의 모습은 그 사람의 일부일 뿐이에요. 더 다양한 모습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 말씀을 늘 기억하며 어떤 순간에도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존중하는 임상심리사가 되겠습니다. 송국에서의 모든 시간과 만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생 김희은 씨는 2025년 5월 7일 ~ 6월 16일 동안 파견 수련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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