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클럽하우스에서 대학원까지

2025. 9. 25. 17:06송국이 하는 일/소소한 이야기

글 : 정재형

 

 저는 조현병을 앓은 지 17년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병의 재발과 회복을 반복하며 지냈지만, 2년 전 송국 클럽 하우스를 처음 방문한 이후 제 인생은 서서히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송국에 다니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고, 그 무료함과 고립감은 결국 병의 재발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병이 재발하면 다시 폐쇄 병동에 입원했고, 그때마다 삶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 악순환 속에서 제 마음 한편에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깊은 절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송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아주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고 몸은 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가보자’는 마음으로 꾸준히 송국을 찾아갔습니다. 점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준비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일이 점점 익숙해졌고, 그 단순한 루틴이 제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조금이라도 조현병 증세가 보이면 ‘또 입원해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먼저 들었지만 송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입원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을 담당 의사와 상의하며 조절하고, 증상이 나타날 때는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일상생활을 유지해 나가자, 어느 순간부터 조현병 증세가 호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송국에서 보낸 시간은 제 삶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늘 어렵고 두려웠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지해 주는 송국의 분위기 속에서 점점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저는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송국의 배려 덕분에 방송통신대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저는 높은 학점으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자신감을 되찾았고,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그 열망은 결국 대학원에 지원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기적처럼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9월부터 본격적으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공부량이 많아 쉽지는 않지만, 과거의 저를 떠올리면 지금의 제가 얼마나 멀리 걸어왔는지 실감이 납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심어줍니다.

 송국은 제게 삶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희망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송국에서의 시간은 저를 병의 그림자에서 꺼내어, 꿈꾸고 도전하는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조현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그 병이 제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저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송국에서 배운 끈기와 희망을 품고,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 나갈 것입니다.

 

 

정재형 씨는 송국클럽하우스에서 활동하며 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