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1. 14:41ㆍ송국클럽하우스/송국 사람들의 에세이
오랜만에 가족 여행이다.
목적지는 경주 불국사.
아버지께서 운전을 하시고 가족끼리는 역시나싶이 대화가 없다.
우리 가족은 달리 대화를 하지 않아도 가족이니까 함께한다.
딱히 흥미있는 대화 주제도 없다. 왜 그럴까? 언제부터인가 대화가 없는 시간이 신경쓰인다.
우리는 이대로도 괜찮은걸까?
도란도란, 왁자지껄,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다른 가족들을 보면서 내심 부러웠다.
그 때 부터였을까? 침묵의 시간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던 것이.
비교를 한다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졸음이 몰려온다.
잠시 이런 생각들을 하며 차에 몸을 싣고 불국사로 향해본다.
어느덧 차가 멈춰섰다.
드디어 도착이다! 불국사!
반가움에 눈이 절로 떠졌다.
가족들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 불국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불국사 건물들을 감싸고 있는 화려한 색상들이 나무와 하늘을 배경으로 서로 맞닿아 있다.
딱히 아름답다는 감정은 밀려오지 않았다.
혹시나 기분좋은 감정이 밀려오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또 실망할 것 같은 두려움으로 바라본다.
부처님 오신 날처럼 특별한 날이 아니어서 관등놀이도 뭐도 없다.
그래서인가 에잇! 이번에도 실패다...
나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재 건축물과 돌탑들을 어떤 이들은 멋있다며 감탄을 내뱉고 있다.
그들의 감수성이 너무나도 부럽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그런 사랑스런 감정을 가지고 기쁨으로 살아갈 것 같다.
나도 저런 감수성을 가지게되면 하루 하루가 기쁨이고 의욕적인 삶이 될까?
따라해보려고 힘을 내보았지만 감탄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잡혀있었다.
그래도 사진은 남기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과 함께 자리를 잡아본다.
사진을 찍고는 다시 나무와 하늘 배경으로 눈을 돌린다.
저 많은 건축물을 두고도 나는 그저 나무가 좋다.
나뭇가지가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는 모습과 초록빛의 나뭇잎들이 굳어있던 감정을 조금 풀어준다.
그렇게 한참을 나무를 바라보다보니 점심시간이다.
점심으론 비빔냉면이다!
다행히 다들 비빔냉면을 좋아라한다.
비빔냉면을 상상하니 군침이 돌고 기분이 좋아졌다.
불국사까지 와서 비빔냉면을 먹을 생각에 더 기분이 좋다니.
주객이 전도된 듯 하지만 한 입 가득 맛보는 새콤달콤한 비빔냉면에 기쁨이 느껴졌다.
나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존재구나~안도하면서 가족들과 맛있게 식사를 끝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고 나니 기분이 좋아져서 덩달아 의욕도 생겨났다.
다음엔 행사가 있는 날에 방문해보자고 가족들과 약속을 했다.
점심 메뉴 선택이 탁월했다는 대화를 나누며 홀가분하게 자리를 뜬다.
왠지모를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사뭇 가볍다.
출처: https://songguk.tistory.com/1471 [송국클럽하우스: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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